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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카락에서부터 떨어진 물기가 뚝, 하고 턱선으로 흐른다. 주르륵 아래로 흐른 물방울은 살갗과 맞닿아 상아색을 띠고 있었다. 잠시 턱 가장자리에 머물던 그것은 다시 바닥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하얀 수건으로 문질러지고 말았다. 씻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자는 물기를 뚝뚝 흘리면서도 하얀 종이짝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무심한 눈길이 글자 하나하나에 박힐 듯이 닿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 줄로 옮겨간다. 잠시 어제의 단편이 떠올랐다.

 와이셔츠 카라 위까지 떡하니 문신을 새겨 놓은 그 치는 자신의 깍듯한 인사에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묵직한 걸음걸이 사이로 검은 손들이 엉겨붙는다. 그 속에는 이 택의 상처입은 손도 끼어 있었다. ㅡ 적어도 제 눈에는 그게 분명히 보였다.

 문서를 읽던 남자의 시선이 힐끗 올라갔다. 썩은 고기가 문드러지기 전에, 상한 목덜미를 제대로 움켜쥘 수 있는 손을 찾을 것이다.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태양에라도 데인 듯 한 자리가 시큰했다.




기은혁

箕銀赫




[키워드]

마피아


 대개 아랫사람들이 그렇듯이, 이 사람도 어렸을 때부터 조직에 거둬 키워졌다. 제법 영리했던 덕에 다른 이들보다 신뢰며 경력을 쌓는 시기가 빨랐다. 작은 칵테일바 하나, 상사 이 택이 그에게 던지듯 주었던 자리는 매상 고공행진의 대성공으로 끝났다. 이후 조직의 연락책과 정보 교환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이 칵테일바는 여전히 기은혁의 소유다.

 겉보기에는 별 것도 아닌 애매한 지위의 조직원으로 보이겠지만, 대부분의 고위직이 그에게 보이는 신뢰는 꽤나 깊다.

 기은혁 또한 자신을 거두어 준 조직에 뿌리 깊은 충성을 보였다. 아버지처럼 여기던 이 택이 죽기 전까지는.


 꼬박꼬박 하는 존댓말에 공적인 자리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다정한 말투. 물론 말투가 다정하다고 해서 그 속의 말까지 다정하리라는 법은 없다. 속내용이 칼처럼 솔직하고 날카로울지라도 어조와 태도만은 언제나 사근사근하다. 제 조직의 상관이 아니라면 항상 똑같은 태도로 일관한다. 일부러 내뱉는 말이 아니라 습관처럼 굳어진 것이라 더욱 자연스러운 독설. 그나마 여자에게는 좀 더 부드럽다.

 여우처럼 영리한 사람이라 수익과 보고는 한 톨 숨기지 않고 보고하는 한편 제 생각은 항상 반톨만 얘기한다. 항상 자신의 의중을 모두 밝히지 않는 편. 한 번도 치받는 감정을 드러낸 적이 없고 조용한 거리에서조차 발자국 소리가 없다.


 항상 입꼬리에 부드러운 미소가 매달려 있다. 한국적인 미남과는 거리가 있지만 분위기 자체는 수묵담채화를 떠올리게 한다. 미용에는 일체 손을 두고 있지 않건만 어쩐지 미적인 것에 관심이 있어서, 난을 친 그림이나 다기 잔 따위의 것을 좋아한다. 물론 기본적인 패션 센스를 저버리는 부하들에게 어머니의 마음으로 중지를 들어주는 일도 한다.

 어차피 화려한 옷은 입을 일이 없지만서도 굳이 평복을 입는 일에까지 와이셔츠 정장 조합이다. 넥타이조차 차분한 것을 고르는데, 왜인지 소박하거나 단출해 보이지는 않는다.


 짙은 고동색 머리카락에 황토에 가까운 눈 색. 등허리에 하고 있는 연꽃 문신을 제외하고는 일체 장식을 몸에 두지 않는 사람답게 귀걸이나 목걸이는 하지 않았다. 분명 직모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온 유전자인지 가끔 뻗쳐 있는 머리카락들이 있지만, 그렇게 보기 싫지가 않다.

 총이나 칼보다는 체술에 더 익숙하다. 물론 작년에 손목 인대가 나간 일이 있어서 항상 붕대를 덧대 힘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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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19. 22:49 · Profile/Modern · RSS   
         플라 개인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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