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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차 말하지만, 만날 때마다 당신은 날 감탄하게 합니다."


 경이롭다는 그 말투에는 약간의 비아냥과 함께 비릿한 미소가 걸쳐져 있었다. 아니꼽다는 것이다. 린더스트 남작이 말했듯이 그는 감정을 숨기는 법을 몰랐고 그것을 위해 애쓰지도 않았다. 피로로 붉어진 남자의 눈이 얇은 독일제 안경알 너머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가 싶더니, 곧 시선을 돌리곤 손을 뻗어 사정없이 널부러져 있는 서류를 갈무리했다. 괴테의 시집에나 나올 것처럼 발음 하나하나가 섬세하지만 모닝 포스트의 1면에 실릴 것처럼 무뚝뚝한 말투였다.


"나는 인도주의자가 아닙니다. 귀하의 말씀은 기특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어떤 것에도 동의할 수가 없군요."




모건 버드 Morgan Budd

27세, 버드 박사




[키워드]

19세기 / 과학자


 19세기 말, 해운업으로 이름을 떨치던 버드 가에서 태어났으나 사업이 망한 이후 부친이 실종되었다. 이후 아버지의 오랜 친구인 드레이퍼스 경의 채권을 빌려 생계를 이어나갔다. 드레이퍼스 경은 채권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만류했지만 그가 스무 살이 되던 해 모든 빚을 갚았으며, 지금은 런던 시가지에 2층 방을 얻어 살고 있다. 과거처럼 호의호식하며 살지는 않아도 누릴 만큼은 누린다고 말한다.


 어린 나이에 화학 논문으로 타임즈 1면에 이름을 내 본 전적이 있으며, 괴짜 많다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그는 유별난 사람으로 꼽힌다. 사교계에 얼굴 한 번 내보인 적이 없고, 특별히 혼처를 찾아다닌 적도 없다. 뭉치기 좋아하는 과학자 무리 사이에서 그는 흡사 흡혈귀와 같이 묘사된다.

 그도 그럴 것이 낮에는 절대 방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고 만남을 요청해도 제 집 근처가 아니면 거절당하기 일쑤. 그렇다고 폐쇄적이지는 않다. 이유가 마땅하면 기꺼이 집 안에 들이기도 하는데, 평소에는 논문이나 기타 자료 등으로 책상과 침대 위를 제외한 모든 곳이 쓰레기장이라고 한다. 월요일마다 집을 청소해 주는 린가드 부인의 말에 의하면 그는 '예수님이 창조하신 6일 내내 집안을 어지럽히는 폭군 주제에 까다롭고 예민'하다.


 그를 보는 첫인상은 대부분 '흡혈귀'로 일관된다. 그러나 그것은 햇빛을 볼 일이 적었다기보다는 영양 불균형일 것이다. 파리하게 질린 피부색이나 항상 충혈된 눈, 다크서클과 함께 불그스름한 눈 아래를 보면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에 비해서 말쑥한 키에 다물려진 일자 입은 감히 상대방이 이쪽을 만만하게 따져 볼 수 없도록 만든다. 본인은 전혀 모르는 모양이지만. 손도 큰 편이나 여기저기 뼈가 툭툭 불거져 있는 데다, 약품 사용으로 인해 지문이 흐려진 부분도 있다. 가끔은 정말 흡혈귀인가 싶을 정도로 날카롭게 날이 선 송곳니가 눈에 뜨이기도.

 전체적인 인상에 비해 부드러운 애쉬블론드 머리카락은 대충 쓸어넘겨지는 일이 잦다. 기본적인 관리 외에는 커트도 드물게 하는 편이라 보통은 조금 길어진 머리카락을 실험용 노끈을 활용해 반묶음하고 있다. 날카로운 눈매에 약간 붉은 기가 도는 노란색 눈동자는 그가 뱀파이어라는 타이틀을 얻는 데 일조했다. 평소에는 테가 둥근 독일제 안경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그렇다고는 하지만, 모건은 유별나게 미신을 믿지 않는다. 툭툭거리며 내뱉는 말투는 미신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원래도 고운 말투라고는 전혀 볼 수 없지만.

 돈을 상당히 밝히는 편. 재화가 걸려 있는 연구나 의뢰에 목을 맨다. 과거 아버지가 실종된 후 드레이퍼스 경의 지원을 받아 가면서도 들어야 했던 주변의 갖은 동정과 비웃음이 어느정도 트라우마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기묘할 정도로 명예보다 재화에 치우친 관심은 주변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대부나 다름 없는 드레이퍼스 경의 채권을 모두 갚은 것이기도.

 대영 제국의 비밀사건 자문가로써 일한 적이 있다. 지금도 가끔 의뢰가 오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왠만해서는 왕궁 근처에 얼씬하기도 꺼려한다. 아무튼 스스로 떠벌리지 않았어도 공공연히 알려진 경력으로 인해 그의 영예는 이 바닥에서 꽤 높은 편이다.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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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19. 23:49 · Profile/ECT. · RSS   
         플라 개인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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